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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프리미엄TV 경쟁에서 삼성에 굴욕패? 인천공항서 '올레드TV' 4개월만에 철수로 '망신살'

기사입력| 2018-06-01 09:40:17
글로벌 스포츠 '메가 이벤트'로 꼽히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의 개막을 앞두고 프리미엄 TV의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LG전자가 암초를 만났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날에 전시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번인(burn-in)' 때문에 LCD(액정표시장치) TV로 교체한 것. 번인은 화면에 얼룩이 생긴 것처럼 보이는 현상으로, 화질이 성능을 크게 좌우하는 프리미엄 TV에서는 치명적인 하자다.

OLED TV를 주력으로 내세운 LG전자는 QLED(퀀텀닷디스플레이) TV를 앞세운 삼성전자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화질을 두고 자존심 경쟁을 펼쳐왔던 만큼 이번 사건으로 입은 상처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장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특수까지 예고돼 있는 가운데 번인 문제점이 드러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LG전자, 인천공항서 OLED TV '번인'으로 자진철수 수모

LG전자는 지난 1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문을 열기 직전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 OLED TV를 설치해 전 세계 여행객들을 맞이한다고 알렸다. 설치 규모는 대한항공 라운지 4곳에 40대, 로비에 29대였다. 특히 퍼스트클래스 라운지 스위트에는 초프리미엄 'LG 시그니처 OLED TV W'를 설치해 방문객들에게 OLED TV 만의 화질과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덧붙여 OLED TV는 시야각이 뛰어나 좌우 어느 위치에서 보더라도 색의 변화가 없고,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위치에서 시청해도 동일한 화질을 즐길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 로비, 전시장 등에 최적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G전자가 전략적으로 설치했던 OLED TV를 불과 4개월 만에 슬그머니 LCD TV로 교체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연간 약 200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추산되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란 최고의 홍보 장소가 제품의 태생적 약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최악의 장소가 된 셈.

TV 교체 이유는 OLED TV에서 번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번인은 장시간 같은 화면을 켜두거나 방송사 로고 등 동일 이미지가 한 위치에 오래 반복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LG전자는 OLED TV를 대한항공 라운지에 설치해 출발 게이트, 수속 현황 등을 안내하는 모니터용으로 사용돼 왔다. 번인은 일부 화면상의 표 부분에서 발생했는데 TV를 끄면 표의 선이 검은 화면 위에 잔상으로 남아있었다.

이에 LG전자 측은 지난 1월 설치한 2018년형 OLED TV를 LCD TV인 LG 슈퍼울트라HD TV로 전면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LG전자는 인천공항의 OLED TV를 꾸준히 관리해 왔지만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아예 LCD TV로 교체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측은 "일반적인 TV시청 환경에서 잔상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다만 비행안내정보 등 24시간 동일화면을 틀어놓는 특수한 환경이어서 LCD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프리미엄TV 경쟁서 삼성전자에 공세 빌미 제공?

LG전자 OLED TV의 발목을 잡고 있는 번인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IT리뷰 매체 알팅스는 지난해 12월 번인 공개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LG전자의 OLED TV는 10점 만점에 5.4점을 받는데 그쳤다. 삼성과 소니 등 LED(발광다이오드) TV 제품들이 대부분 10점 만점을 받은 것과는 대조적 결과였다. 또 알팅스가 올해 1월부터 진행한 LG OLED TV 번인 테스트에 따르면, 실험 4주 만에 테스트 제품에서 번인 현상이 일어났다.

알팅스의 주장에 대해 그동안 LG전자 측은 "번인을 막아주는 별도 장치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인천공항에서 자진 철수를 결정하며 스스로 OLED TV의 태생적 약점을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라이벌로 꼽히는 삼성전자로 쏠리게 됐다. 지난 몇 년간 TV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를 겪으면서 프리미엄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왔다. 이 때문에 LG전자나 삼성전자 모두 기술이나 화질 등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선점하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LG전자의 OLED TV는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OLED 소재를 사용했고, 삼성전자의 QLED TV는 퀀텀닷(양자점) 기술을 기반으로 풍부한 색감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제품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보니 그동안 두 회사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를 LCD TV에 퀀텀닷 필름을 붙인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고, 삼성전자는 OLED TV는 오래 켜둘 경우 잔상이 남는 문제가 있다며 LG전자를 상대로 네거티브 공세를 편 바 있다.

공교롭게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각사의 최신형 프리미엄 TV를 설치하며 공개적인 화질 경쟁을 선언한 바 있다. 여기에 양사는 러시아 월드컵,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등 잇단 스포츠 이벤트에 맞춰 최근 프리미엄 TV 신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전자가 번인 현상을 이유로 인천공항에서 OLED TV를 철수한 것은, 프리미엄 TV 구입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LG전자의 '동일 화면을 장시간 노출할 때만 벌어지는 일'이라는 설명은 프리미엄 TV답게 어떤 환경에서도 무결점 화질을 구현해주기 원하는 소비자들에겐 상당히 만족스럽지 못한 해명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프리미엄 TV 구입을 생각 중이던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이찬용씨는 "LG전자가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OLED TV를 설치했을 때는 무슨 용도로 사용될 것인지 몰랐을 리 없다"며 "그런데 불과 4개월 만에 제품을 철수시켰다는 것은 제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확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도 "TV의 경우 한 번 구입하게 되면 최소 5년 이상을 매일 마주하게 되는 제품"이라며 "그런데 비싼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프리미엄 TV가 다른 것도 아니고 화질에 문제점이 있다면 간단히 넘어갈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번인이라는 문제가 태생적 약점이라는 의혹 또한 제기되는 상황에선 소비자들도 구입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며 "결국 LG전자는 일반적인 TV 시청 환경에서는 잔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설명보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책을 내놓아야 프리미엄 TV 경쟁에서 삼성전자에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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