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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더기 분유' 후폭풍 거세…제품 환불과 함께 불매운동 조짐
기사입력| 2015-07-20 09:17:51
LG의 '구더기 분유' 후폭풍이 거세다.
최근 LG생활건강 '베비언스'의 액상 분유에서 살아있는 구더기가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9개월 된 아이를 둔 주부 김모씨는 지난 6월 GS홈쇼핑을 통해 구입한 베비언스 제품(유통기한 2015년 11월 15일) 뚜껑에서 살아있는 구더기를 발견했다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그 뒤 육아관련 카페나 엄마들이 주로 회원으로 활동하는 온라인 지역모임 등엔 이 구더기 동영상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미 구매한 베비언스 제품을 환불받겠다는 글이나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의견 등을 이들 게시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생산공정상 유충 생존 가능성 제로" vs "포장 방식이 문제"
LG생활건강은 생산공정상 살아있는 유충이 발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베비언스 홈페이지를 통해 "베비언스 액상분유 생산 공정상의 병과 뚜껑은 고압의 멸균용 세정액과 세척수로 멸균이 된다. 내용물 역시 134도 이상의 온도에서 35초 동안 멸균이 되어 충진이 되기 때문에 살아있는 벌레나 세균 등 생물은 전혀 살아남을 수 없다"며 "각 단계별 공정에서 극히 미세한 거름망(0.14 및 0.173㎜;머리카락 굵기 정도)을 통해 걸러지고 있기 때문에 입자가 큰 물질은 생산 공정상 혼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비자가 제시한 사진 속 유충을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파리 유충으로 추정되며 알이 부화한지 최대 7일 내의 상태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고객이 문제제기한 제품은 생산제조일이 5월 15일, 구입 일자는 6월 1일로 (해당) 제조시점 및 구입시점에서는 (살아있는 유충) 발생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진신고를 한 상태. "회사 자체적으로도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LG생활건강의 공식 입장 표명에도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액상 분유 특성상 뚜껑을 열고 닫는 일이 잦을 수 있으므로, 이중 밀봉 처리 등 포장방식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제의 '구더기 분유' 동영상을 올린 김씨는 이슈가 불거진 뒤 19일 현재 입장을 정리한 글만을 남겨 놓고, 나머지 글들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왜 (LG생활건강은) 제조과정상의 문제만 이야기하냐. 유통 보관상 문제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잘못이냐"라고 안타까움을 호소한 김씨는 "설령 우리 집이 초파리를 키우는 집이라 쳐도(중략), 제대로 된 밀봉이었으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 음료수에도 되어있는 중간 실링 처리(액체 등의 뚜껑 안 이중 밀봉 포장)를 왜 안했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비용적인 문제가 있다더라"고 밝혔다.
▶50만원은 정신적 피해 보상 vs 대표 사과 요구
구더기 분유 신고를 받은 뒤 LG생활건강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씨는 지난 4일 제조사에 해당 사실을 신고하자 LG생활건강의 관계자 두 명이 찾아와 처음엔 보상차원에서 자시의 생활용품을 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거절하자, 금전적 보상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을 접한 소비자들은 "구더기가 나온 분유를 애한테 먹인 엄마 심정이 어떻겠냐. 금전적 피해보상이 말이 되냐",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대기업의 오만한 자세"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당 제품의 환불과 함께 LG생활건강 제품의 불매운동을 펼치려는 조짐도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소비자로부터 클레임을 받은 후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정신적 피해 보상 차원에서 생활용품 또는 50만원 보상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50만원으로 사건을 덮으려했던 것이 아니라 1차적인 피해 보상 차원에서 제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씨는 "아이가 해당 제품을 먹은 뒤 묽은 변을 보거나 토했다"며 "금전적 보상을 거절한 뒤 대표이사의 사과를 원한다고 했더니 단칼에 '힘들다'고 하더라"며 분노했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측에선 "철저한 진상 규명과 더불어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으나 대표 사과는 현재로선 검토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