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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경영' 두산, 달라진 DNA…'원' 집단지성으로 위기 넘는다

기사입력| 2019-11-28 09:12:49
두산그룹(두산)의 '경영 DNA'가 달라졌다. 그동안 '규모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신시장개척자(퍼스트무버)'로서 변신을 시도 중이다. 변신의 중심에는 박정원 두산 회장을 비롯해 주요 보직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원(原)'자 돌림의 경영4세가 있다. 저마다 그룹 계열사의 주요 보직에 올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IT기술 발전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두산의 경영4세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뜻을 모았다. 두산은 위기 마다 변화카드를 앞세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왔으며, 123년 전 창업이후 경영 4세까지 승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일각에선 가족 분리 경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최근 '원'의 두산 움직임만 놓고 보면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한 가족경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를 거듭할수록 많아진 오너일가의 경영승계 순서를 어떻게 정하느냐는 풀어내야 할 숙제다.



▶ '원'자 돌림 오너가 그룹 주요 보직 포진

두산은 여느 대기업보다 4세 경영승계를 빠르게 안착시킨 그룹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2016년 3월부터 '박승직 창업주→박두병 초대 회장→3세 형제 경영(박용곤·박용오·박용성·박용현·박용만)'로 이어진 경영 승계 배턴을 이어받았다. 박정원 회장은 경영3세 중 가장 큰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경영3세의 '형제경영'에서 경영4세의 '사촌경영' 시대가 열린 셈이다.

1981년부터 35년간 '용(容)'자 돌림의 경영3세 회장 시대가 막을 내린 이후 '원(原)'자 돌림의 경영4세는 그룹 주요 보직에 배치됐다. 박정원 회장 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2016년 10월 두산그룹 부회장에 이름을 올렸고,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은 2016년 8월 두산건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공백기를 가졌던 박용성 중앙대 전 이사장의 장남인 박진원 전 네오플럭스 부회장은 2018년 8월 두산메카텍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는 두산 전무로 재직 중이다. 박서원 전무의 경우 두산 유통 사업 총괄 전무로 면세점사업을 추진했으나 실적부진으로 사업 매각이 이뤄진 만큼 당장 주요 보직으로 이동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부끄러운 성공보다는 좋은 실패를 택하겠다"는 박두병 초대회장의 어록은 유명하지만 경영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두산가의 전통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정원 회장과 함께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경영4세는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이다. 그룹의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동시에 경영승계 배턴을 이어받을 수 있는 후보군으로 유력시 된다는 게 이유다.

이들은 공통점이 많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수료했다.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은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많아 기업인들이 인맥을 쌓기가 수월한 곳으로 알려졌다. 학생신분으로도 다양한 비즈니스 훈련을 받을 수 있어 글로벌 비즈니스 트렌드를 파악, 대처 능력도 키울 수 있는 곳이다.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이 같은 분위기를 익힌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은 향후 두산의 미래사업을 그리는데 역량을 발휘 할 가능성이 높다.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의 경우 최근 집안이 경영하는 기업 사례로 두산을 연구, 프랑스의 케지 비즈니스 스쿨(KEDGE Business School)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은 계속된 성공을 바탕으로 100년 된 기업병을 사업구조조정으로 치유하는 과정과 두산만의 독특한 경영승계 과정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는 오너일가 중 한명을 선량한 관리자(스튜어드십)로 임명, 그룹 전체 실무를 관장해 전문경영진간 견제구도를 만든 것도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는 바탕이 됐다고 꼽았다. 소비재 위주의 사업 구조를 보였던 두산은 1995년 OB맥주를 매각하고, M&A 등을 바탕으로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글로벌 중공업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B2C→B2B→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변화

두산의 현재 상황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계열사들의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 주력계열사들의 실적악화 우려에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의 실적개선이 시급하다.

그러나 두산은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장기적으로 미래 신성장동력 마련에 힘을 더 쏟고 있는 가운데, 주력사업의 실적 개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적부진이 지속되며 두산의 미운오리 취급을 받던 두산건설은 지난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두산의 다른 관계사도 2분기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주)두산은 전년 동기 대비 4.2% 늘어난 45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도 6.3% 불어난 3853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도 주요 계열사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두산건설은 3분기 누적매출 1조2172억원, 영업이익 47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19.5%가 증가했다. 두산건설의 실적 개선은 두산 그룹사 전반의 신용도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평가다.

두산은 최근 사업구조 변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990년대 소비재 중심(B2B)에서 중공업 중심(B2B)로 사업구조를 바꾸며 IMF 등의 위기 상황을 넘어섰던 것과 흡사한 모습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 실적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두산 경영4세들은 새로운 사업구조 구축을 위해 친환경 미래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두산 사업 부문을 연료전자와 소재 분야로 분할, 듀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를 출범시켰고 협동로봇과 드론용 수소연료전지 사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동시에 에너지저장장치, 풍력 등 신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주력사업 분야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IT 기술 발달에 따른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이종산업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거나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신사업과 함께 기존 주력사업인 중공업 중심의 B2B 사업구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발전소 플랜트 부문에서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 글로벌 협력 사업으로 인도 사산파워가 운영하는 석탄 화력발전소에 디지털 솔루션을 적용했다.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발전소 연료를 최적화 하고 환경 유해 발생 물질을 줄이는 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독일 바우마 2019 전시회에서 8500㎞ 떨어진 한국 인천의 굴착기를 원격 조종을 시연했고, 굴삭기 센서인 '3D 머신 가이던스' 솔루션과 건설기계를 원격 모니터링 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 '두산커넥트'도 국내는 중국·유럽·북미에 출시한 바 있다. 두산건설은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국내 대기업의 경영승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두산은 경영4세의 빠른 승계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마련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형제경영(3세)에서 사촌(4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오너일가 간 경영승계 순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향후 기업 성장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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