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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락, SK GS 등 국내 정유사 4분기 재고손실 1조 훌쩍 '위기감' 확대
기사입력| 2018-12-18 08:22:51
올해 3분기까지만 해도 호황을 누렸던 정유업계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4분기 재고손실이 1조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손실 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정유업계 일각에선 4분기 재고손실 규모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고손실 규모가 커질수록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의 4분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실적 악화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다. 원유재고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재고손실의 경우 유가 예측을 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인 만큼 원유재고량이 많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경영진이 실적과 관련해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원유재고 손실 확대 부담 등으로 인해 주가는 지난 10월 2일 22만5500원에서 지난 14일 기준 18만4500원으로 17% 가까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국제유가의 흐름이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내년 사업운영에 필요한 원유확보에 대한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상장사가 아닌 만큼 주가 관련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는 SK이노베이션과 비슷한 분위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체의 사업 구조상 국제 유가 예측은 경영진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잣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4분기 재고손실 폭이 커질수록 경영진의 부담감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 국제유가는 지난 13일 두바이유 1배럴당 58.81달러를 기록했다. 10월 3일 84.1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30% 가량 하락했다. 최근의 유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연말까지 하락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가하락의 원인으로는 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 제재에 예외국가를 허용한데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내년 수요 하향 조정, 미국 원유재고량 증가 등이 꼽힌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10월부터 하락세가 본격화됐다. 업계 안팎에선 하반기 미중무역분쟁이 심화될 것이란 것이 어느 정도 예견됐던 만큼 정유사 경영진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계속되는 실적 호황에 안일한 대처를 한 게 아니냐는 게 골자다.
그도 그럴 것이 10월부터 계속된 유가 하락으로 인해 정유사들의 재고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일반적으로 3개월 전 구입한 원유를 가공해 판매한다. 해당 시기가 국제유가 하락폭이 올해 중 가장 컸던 점을 고려하면 재고손실 규모 폭도 커지기 마련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들의 회계장부에는 손실이 발생한다. 두바이유가 1배럴당 5달러 하락할 때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평균 재고손실이 각 1000억원, 700억원, 600억원, 250억원 가량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마다 비축해 둔 원유 재고는 대략 1000~2000만 배럴 정도로 알려졌다. 재고량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순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3일부터 지난 13일까지 두바이유 가격은 1배럴당 84.1달러에서 58.81달러로 낮아졌다. 수치만 놓고 단순 계산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5000억원, 3500억원, 3000억원, 1250억원 안팎의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 전체로 보면 1조2000억원을 훌쩍 넘는 수치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손실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4분기의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2.97달러에서 60.11달러로 32.86달러로 낮아지며 정유사 전체 손실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정유사들이 재고손실을 반영한 결과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은 4630억원, 4523억원, 2132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의 경우 정유사들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유가상승으로 인한 이익분을 바탕으로 4분기 손실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축소되고 있는 만큼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정제마진이란 석유제품(휘발유ㆍ경유ㆍ나프타 등) 가격에서 비용(원유가격+정제비용+운임비 등)을 뺀 것을 말한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국내 정유사 정제마진을 유추할 만한 공개지표) 추이를 보면 지난 3월 평균 배럴당 7.4달러였던 복합정제마진은 4월 6.7달러, 5월 5.6달러, 6월 4.8달러로 내렸다. 11월 넷째 주에는 배럴당 3.8달러까지 떨어졌다. 아시아 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계의 경우 4분기 재고손실과 함께 정제마진이 하락으로 인해 실적악화가 예상된다"며 "업체마다 비정유부분의 사업 호조로 실적 개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본업인 정유사업과 관련해 국제유가의 흐름도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는 점, 중국발 경기둔화에 따른 유가 하락 예상 등 주변 상황이 좋지 않아 내년도 실적 감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 표 >
제목/ 두바이유 가격 추이
1월 10일 66.01
2월 12일 61.16
3월 12일 61.32
4월 10일 67.27
5월 10일 73.48
6월 11일 74.37
7월 10일 75.73
8월 10일 71.71
9월 10일 75.56
10월 10일 81.85
11월 9일 69.82
12월 13일 58.81
(단위 달러, 자료제공 오피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