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집 마련, 취업, 결혼 등 막연한 행복을 좇는 대신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소소한 행복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를 일컫는 '소확행'은 2018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선정될 만큼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 깊숙이 들어왔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출판 업계는 소확행 열풍이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작은행복론' 등 매일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 속에서 소확생을 누릴 수 있는 마음가짐을 다룬 도서들이 베스트 셀러로 등극했다.
방송가도 마찬가지다. 출연자들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보며 간접적으로 소확행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배우 소지섭, 박신혜가 출연한 tvN의 '숲 속의 작은 집'은 인적이 없는 숲 속에서 혼자만의 삶을 꾸리는 슬로 라이프(slow life)에 초점을 맞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했던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숙박객들의 소소한 일들을 다뤘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아닌 아침에 일어나 차를 마시고, 집 앞 마당에 마련된 노천탕에서 목욕을 즐기는 일상을 담아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행복감을 선물했다.
일반인들의 소비 트렌드 역시 소확행에 집중됐다. 소소하지만 지금 당장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아낌없는 소비를 한다. 인스타그램에는 '#소확행' 해시태그를 사용한 게시물은 25만3천8백개에 이른다. 게시글은 특별하지 않다. 출근길 카페에 들러 테이크아웃 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친구와 함께 먹은 맛있는 저녁 한끼, 연인과 함께한 여행, 인형뽑기 기계에서 뽑은 인형 등이다.
로또를 구매하는 일도 소확행을 위한 소비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814만분의 1에 불과하다는 1등 당첨을 기대하며 로또를 사느니 단돈 몇 만원이라도 저금을 하는 사람이 낫다는 사람도 있다. 경제적인 관점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로또를 1등 대박의 꿈을 이루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구매하는 사람은 드물다. 금전적인 손익이 아닌 일주일의 소소한 희망과 행복감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다.
매주 월요일 퇴근길에 로또를 산다는 직장인 A씨는 "로또를 구매하면서 일확천금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행운이 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사는 것이다. 매주 사다 보니 5만원 정도의 소액에 당첨되는 일이 종종 있다. 단 돈 몇 천원으로 기분전환이 되기 때문에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또 커뮤니티 로또리치를 통해 1등 당첨 사연을 전한 B씨의 경우도 정기적으로 로또를 구매했다. 그는 "나 같은 서민은 로또라도 있어야 마음이 놓여서 매주 1만원씩 구입했다"며 "정말 당첨된 거 보면 역시 희망을 갖고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온 것 같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자영업을 하면서 생긴 빚을 갚고 남은 금액은 전부 저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다른 자영업자 C씨도 소확행을 위해 로또를 구매한다. 그는 "로또 구매는 소확행을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면서 시간과 돈을 쓰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로또에 꼭 당첨되지 않더라도 착한 소비를 한 것 같은 마음에 뿌듯하다. 천원의 복권을 구입하면 약 420원이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 지원 등에 쓰이는 복권기금으로 조성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행복은 일상 속 소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맛있는 식사, 출근길 마시는 커피 한 잔, 일주일 동안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로또까지 적은 비용으로 행복을 극대화해 만족감을 느끼는 방법은 다양하다. '소확행' 경험들이 쌓이면 삶은 더욱 풍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