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채 브랜드로 유명한 대유위니아의 홈페이지
김치냉장고 '딤채' 브랜드로 유명한 대유위니아가 안팎으로 시끄럽다.
외부적으로는 신제품을 출시한 뒤 판매고를 올려 소비자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임직원을 동원해 자사 제품을 홈쇼핑에서 구매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안으로는 대유위니아가 대유그룹의 본거지인 전남 광주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는 것.
회사가 시끄럽다보니 대유위니아의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6억8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1% 감소했던 만큼 최근 상황은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 보여주고 있는 대유위니아 경영진의 대처 능력은 그동안 딤채 브랜드를 믿고 구입했던 소비자들의 신뢰까지 흔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7월 공모가 6800원에 코스닥에 상장된 대유위니아는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20일에는 4480원으로 장을 마쳤다. 대유위니아 주가가 공모가 대비 34%나 떨어진 셈이다.
▶자사제품 직원 강매 의혹…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질까?
대유위니아가 임직원을 동원해 홈쇼핑에서 자사 제품을 사들였다는 의혹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기압력밥솥 브랜드인 '딤채쿡'의 신제품 '딤채쿡 레트로'를 출시한 대유위니아는 1월 27일 L홈쇼핑을 통해 론칭 판매행사를 가졌다.
이날 L홈쇼핑이 준비한 '딤채쿡 레트로' 1000여대는 방송 판매를 통해 전량 매진됐고, 대유위니아 측은 보도자료까지 내고 '완판' 사실을 자신 있게 알렸다.
하지만 판매물량의 일부는 대유위니아 임직원들이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유위니아가 홈쇼핑 방송을 앞두고 임직원들에게 구입을 안내했고, 심적 부담을 느낀 임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주문 전화를 눌러야 했다는 것. 이후 회사가 구매를 강요했다는 불만이 직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고, 대유위니아는 임직원들이 구입한 '딤체쿡 레트로'를 회사 차원에서 비용을 지급해 다시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2월에는 H홈쇼핑에서 같은 일이 반복됐다. '딤체쿡 레트로'가 대당 29만9000원에 판매됐는데 이번에는 회사 측이 임직원들에게 직급별로 적게는 1대에서 많게는 3대까지 구매 물량을 할당해 강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1월과 달리 2월에는 회사 측이 대당 5만여원의 보조금만 지원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어 울며 겨자 먹기로 제품을 구입해야 했던 직원들의 불만이 더 크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사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 측의 제품 구입 독려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대부분은 불만이 있어도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일부는 대놓고 불만의 목소리를 터트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유위니아의 직원을 동원한 제품 사재기 의혹은 또 있다. 지난해 11월 충남 논산 소재 김치공장을 인수하고 전사원에게 5만원을 지원해 홈쇼핑 방송시 '딤채식품 건강담은 김치' 제품의 조기마감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유위니아의 강매가 상습적이라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대유위니아 경영진이 보여주는 있는 대응 태도다. 상장회사일수록 위기관리가 중요하고, 자칫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에 대해 신속 정확하게 대처해야할 텐데, 이와는 정반대로 대유위니아 측은 지금껏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를 위해서라도 '사재기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는 것이 맞을텐데, 대유위니아의 어정쩡한 대처는 오히려 논란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상이다.
사실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유위니아의 A이사는 홍보대행사인 프레인과 이야기하라며 피했고, 프레인은 "내부적으로 확인 단계에 있어 답을 할 수 없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언제 확인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한 일정을 전달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며 회피에 급급해했다.
▶공장 이전 두고 노사 갈등 '시끌'…예정대로 재가동 될까?
뿐만 아니라 대유위니아는 노사 갈등으로도 시끄럽다. 대유위니아는 김치냉장고 딤채와 함께 프리미엄 전기밥솥 '딤채쿡', 고급형 냉장고 '프라우드', 에어컨 및 생활가전 브랜드 '위니아' 등 크게 4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매출의 80%는 딤채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
이처럼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탠드형 김치냉장고와 프라우드 냉장고 등은 만도기계 시절부터 충남 아산에 있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왔는데 대유위니아 측은 지난해 12월 모그룹인 대유그룹의 본거지인 광주로 공장을 전면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노·사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김치냉장고 등을 제외한 제습기와 에어워셔 등의 품목은 이미 2015년 말부터 광주 공장으로 이전됐다.
오는 6월말 공장 이전 및 광주 신공장 생산을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노사 대표는 그동안 아산공장에서 일해온 250여명 직원들의 광주로의 이전 조건과 관련한 특별교섭 의견일치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이 안을 부결시켰고, 노조집행부는 사퇴를 결정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노조집행부가 꾸려졌다.
문제는 노사간의 신뢰가 이미 무너질대로 무너졌다는 것. 아산공장의 이전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측은 지난 10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판촉활동이라는 명분으로 단체 휴무를 선언했다. 이에 노조측은 공장 이전을 막기 위해 노조원들이 단체 행동을 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단체 휴무에 들어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공장 이전과 관련해 사측이 보여준 태도는 신뢰를 얻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단체 휴무 역시 당초 계획된 오는 30일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노사 갈등이 계속됨에 따라 공장 이전은 일단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와 관련 대유위니아 측은 공장 이전을 완료하기 전에 노조와 이전 조건에 대해 원만히 합의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것이란 모범 정답만을 말하고 있다.
최근 대유위니아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은 투자자들에게는 불안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2014년 11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야심차게 대유위니아의 장기 성장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 박성관 대표의 행보에도 암초가 드리워지게 됐다. "올해를 사업 다각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던 박성관 대표가 노조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도 부족해 뒤로는 임직원을 동원해 사재기를 한다는 의혹까지 받는 상황은 결국 장기적으로는 딤채를 포함한 대유위니아 전 제품에 대한 신뢰까지도 갉아 먹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유위니아는 지난해 매출 4466억원을 기록한 상장사"라며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기보다는 피하기 급급한 모습은 투자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태도"라고 지적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