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코리아가 최근 연이어 구설에 오르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달 중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조사를 받았으며,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는 고객정서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다음달 취임1주년을 맞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 사진출처=벤츠코리아
"올해 5만대 판매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다음달 취임 1주년을 맞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이 최근 밝힌 내용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BMW코리아에게 8년 연속 판매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올해는 기필코 정상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발언이다. 그는 또한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으로 성장하겠다"며 서비스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딜러사 한성자동차가 애프터서비스(AS)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질적 성장을 주창하는' 벤츠코리아와 '고객 정서를 외면하는' 딜러사간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다. 게다가 벤츠코리아는 불공정 혐의로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실라키스 사장의 올해 정상탈환 목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결함차량 교환하려면 법적 대응 뿐?
벤츠코리아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는 최근 고객대응과 관련해 연이어 도마에 올랐다. 차량을 판매할 때는 고객의 안전과 만족을 우선시 한다고 하지만 막상 차량에 결함이 발생하면 '나 몰라라식'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벤츠 S350d 4매틱 모델을 구입한 A씨는 인도받은 지 이틀 만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씨는 지난 6월 23일 5차선 도로를 주행하던 중 차량이 갑자기 멈춰 섰다. 잠시 후 다시 작동해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몇 시간 후 귀가하던 A씨는 이번에는 시속 20∼30㎞를 넘기지 못하고 엔진에서 타는 냄새를 맡았다. A씨는 "차를 인도받은 날 5분 거리를 운전했을 뿐이고, 다음날에도 20분 거리에 출퇴근했다"며 "차가 멈출 때까지 운행 시간은 총 1시간 미만이었고 주행거리도 20∼30㎞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수리센터에 차량을 입고한 후 원인을 물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A씨는 차량 교환을 요구했지만 한성자동차는 '미션 결함으로 판명돼 미션을 교체해주겠다'며 교환을 거부했다. 결국 A씨는 7월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매매대금 1억42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매매대금 반환 등 청구소송을 법원에 냈다. 그러자 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는 뒤늦게 차량 교환을 해주기로 입장을 바꿨다.
7000만원대 벤츠 CLS250d를 구입한 B씨 또한 한성자동차의 '불편한' 고객 서비스를 경험했다. 지난 7월 해당 차량을 인수받은 B씨는 약 8㎞ 주행 끝에 배터리가 완전 방전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방전의 원인은 차량 암전류(차량 시동을 꺼도 전류가 흐르는 현상)로 인한 것이었다. 공식 서비스센터는 암전류에 대한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채 관련 부품들을 교체한 뒤 상황을 지켜보자고 전했다. B씨는 "원인 불명의 결함 차량에 대한 부품 교체를 수용할 수 없어 공식적으로 차량 교체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B씨는 한성자동차 본사 앞에서 수 일간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와관련, 한성자동차 관계자는 "현재 고객과 원만히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벤츠코리아 현장 조사 이유는?
뿐만 아니라 벤츠코리아는 지난 7월 중순 공정위로부터 현장 조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벤츠코리아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와 관련해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한성자동차도 벤츠코리아와 함께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한성자동차는 말레이시아계 화교 자본인 레이싱홍그룹 계열사로 벤츠코리아의 지분 49%를 보유한 2대 주주이자 벤츠코리아의 국내 공식 판매 법인이다. 벤츠코리아는 한성자동차 외에도 효성그룹 계열의 더클래스 효성, KCC모터스 등 10여개사와 딜러 계약을 맺고 있다.
수입차업계에서는 한성자동차가 대주주로서의 권한을 이용해 판매망을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성자동차는 서울 강남·서초, 부산 해운대 등 소위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판매 전시장을 대부분 확보하고 국내 벤츠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벤츠코리아는 국내에서 40개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한성자동차가 13개로 32.5%를 점유하고 있으며, 국내 벤츠 판매량의 약 42%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한성자동차는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한성자동차측 관계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자사가 공정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인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가 딜러인 한성자동차의 판매망을 통해 부품 가격의 폭리를 취했다는 정황을 잡고 이번에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벤츠의 주요 부품인 범퍼와 전조등, 사이드미러 등은 독일 본사보다 약 25~50% 비싸다. 수입사를 거칠 때 9~22%, 다시 딜러사를 거칠 때 16~28% 정도 마진을 붙이는 구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측은 "이번 공정위의 조사는 참고 성격의 조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