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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美와 다른 리콜·차별 보상…수입차 '두 얼굴'

기사입력| 2015-12-10 10:19:41
지난 2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홈페이지에 FCA 지프그랜드체로키 일부 모델이 연료 펌프 릴레이 부품 불량으로 리콜된다고 공고됐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에야 동일 차종이 같은 결함으로 국내서도 리콜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한국간 리콜 공고에 있어서 약 6개월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업체측은 국가별 리콜법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몰랐던 한국 소비자들은 결함을 모른 채 운행한 셈이다. 사진출처=미국 도로교통안전국·국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와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은 본사 차원에서도 중요한 시장으로 꼽히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수입차업체 임원들이 국내에 신차, 신모델을 발표하거나 사업계획을 밝힐 때 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다. 그들은 한국시장은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심지어는 외국, 특히 미국과 다른 차별적인 보상과 늑장 리콜로 '국제 호갱(어수룩한 고객)' 취급당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美 리콜 공고 6개월 후에 국내 리콜…소비자 안전 위협

자동차 결함과 관련한 국내 리콜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이뤄지는 리콜 개시일의 차이가 너무 길다는 것이다.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의 차이가 난다.

일부에서는 수입자동차 본사와 국내 법인의 안이한 일처리를 꼬집기도 한다. 신차·신모델 출시때는 며칠 전, 몇 달 전부터 홍보·마케팅에 주력하면서, 리콜과 같은 부정적 이슈에는 입을 다물고 쉬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리콜을 실시한 FCA(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프 체로키 모델이 그런 경우다. 해당 모델은 올 들어 9월까지 국내에서 1500여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FCA 코리아는 지프 체로키에 대한 리콜 전 단계인 시정조치 계획서를 지난달 24일 관련 당국인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사실상 리콜의 바로 전 단계인 시정조치 계획에는 업체 측이 결함 사실을 인정한 후 리콜 계획과 일정 등 사후 조치에 대한 항목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번 시정조치는 1개월여 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의해 리콜 공고된 사항이다. 지난 10월19일(현지시간) NHTSA에 따르면 FCA는 2014년 10월1일~2015년 6월18일 생산된 2015년형 지프 체로키 9만여대에서 결함이 발견돼 리콜한다고 밝혔다. 결함 내용은 에어컨 배선이 배기통과 가까워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발견됐다. 실제 미국에서 이같은 결함으로 추정되는 2건의 차량 화재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6개월이 지나서 국내 리콜된 사항도 있었다. 지난 9월 7일 국토교통부는 FCA코리아가 수입·판매한 지프그랜드체로키 일부 모델을 제작결함으로 리콜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업체에 따르면 2011년 5월13일부터 2012년 12월19일까지 제작된 지프그랜드체로키 2126대에서 연료 펌프 릴레이 부품 불량으로 엔진에 연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나타났다. 연료펌프 릴레이는 전기 신호로 연료펌프를 작동시키는 부품이다. 결국 엔진에 연료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차량이 경고 없이 멈출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리콜은 미국에서 이미 6개월 전에 알려진 사항이다. 지난 2월27일 NHTSA 홈페이지에는 이와 같은 결함으로 8월7일부터 리콜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공지됐다. 한 수입차 소유주는 "안전과 관련한 민감한 리콜의 경우 신속히 국내에도 알려야 사고예방을 위해 신경 쓰거나 운행을 자제할 텐데 모르고 있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FCA코리아 관계자는 "국내법에 따르다보니 다른 국가와 리콜 개시일이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국내 리콜시에는 시정조치 계획 뿐만 아니라 부품 수급 등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리콜 개시를 알릴 수 있게 돼 있다"며 고의적인 리콜 지연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2월에 리콜 공고는 했지만 리콜은 8월에 들어서야 시작했다"며 "이 또한 현지에서 부품 수급에 시일이 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리콜 개시 전에 국내에 알릴 수 있지 않겠냐라는 질문에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정부의 무관심과 업체의 안이한 일처리로 국내 소비자들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美에선 재빠른 보상책 제시, 국내는 "계획중"

앞서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일으킨 폭스바겐은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차별적 대우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외신들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미국 등 북미지역에서 배출가스 파문에 대한 고객보상금으로 1000달러(약 116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바우처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폭스바겐은 금전적 보상이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만 한정될 계획이며 유럽에서는 리콜 수리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내 고객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 피해 고객만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북미지역의 경우 디젤 연료가 휘발유보다 비싸 별도 보상하기로 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폭스바겐 소송 한국측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은 최근 폭스바겐의 연비 조작과 관련, 집단 소송을 한 국내 고객에게도 북미 피해자들과 똑같이 1000달러 상당의 패키지를 제공하라고 폭스바겐 그룹 법무법인에 공식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회신 시한인 지난달 23일까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폭스바겐측에 이 같은 요구에 대한 수용 여부를 지난달 23일까지 밝히라고 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미국 고객에는 1000달러 상당의 패키지를 제공하면서 한국 고객만 주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 대우"라고 주장했다.

또한 하 변호사는 "폭스바겐측이 연료가격의 차이를 이유로 미국과 한국의 보상을 차별화 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면서 "이번 사태는 폭스바겐이 디젤 연비를 조작해서 일어났기 때문에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고객에게는 동등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폭스바겐은 지난달 9일 미국과 캐나다의 자사 디젤차 소유주 48만2000명을 대상으로 소유주 1인당 1000달러 상당의 상품권 카드와 바우처를 보상하고 3년간 무상으로 수리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른 상품권 보상 규모만 4억8200만달러(약 5590억원)로 알려졌다.

바른은 폭스바겐 그룹 법무법인에 국내 고객에게도 1000달러를 별도 보상하라고 재차 촉구할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이번 보상 계획안은 결국 미국 등 규제 당국의 눈치와 현지 소비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라면서 "한국 정부도 이와 관련한 목소리를 내 국내 소비자들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폭스바겐코리아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본사가 바른측이 회신시한으로 못 박은 23일까지 답변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보상이 없다고 밝히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면서 "환경부 등 국내 당국의 조사결과가 나온 만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한 보상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내 연비 조작에 따른 리콜 대상 차량은 28개 차종 12만5522대에 달한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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