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가짜 백수오' 사태 일파만파…진실공방에 코스닥까지 충격파
기사입력| 2015-04-23 18:09:34
'백수오'를 두고 한바탕 난리다. 온라인을 비롯해 코스닥시장까지 백수오 때문에 시끄럽다 못해 진실공방을 넘어 소송전마저 벌어질 기세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백수오 제품의 90%가 가짜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가짜 백수오' 사태의 시작이다. 소비자원은 보도자료에서 코스닥상장사이자 백수오 관련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내츄럴엔도텍을 여러 번 언급하며 내츄럴엔도텍이 제조한 백수오 원료에서 백수오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물질인 이엽우피소를 찾았다고 공개했다. 내츄럴엔도텍은 즉각 소비자원의 발표가 허위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소비자원과 내츄럴엔도텍 사이의 싸움을 넘어, 불똥이 코스닥시장까지 튀어 바이오 관련 주식이 일제히 떨어지며 코스닥시장이 연일 출렁거리고 있다.
▶'가짜 백수오' 파문에 온라인·코스닥까지 '출렁'
소비자원은 지난 22일 '최근 백수오가 갱년기장애 개선ㆍ면역력 강화ㆍ항산화 효과 등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장년 여성층을 중심으로 백수오 제품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으나, 시중 유통 제품의 대부분이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소비자원은 서울서부지검·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과 공동으로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의 원료 진위여부를 조사했다. 유전자검사 결과 32개 중 실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단 3개 뿐이었다. 21개 제품은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만을 원료로 사용(12개)하거나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혼합해 제조(9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제품은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백수오 성분이 확인되지 않았다. 백수오의 효능만 믿고 백수오를 꾸준히 복용하던 소비자들 입장에선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소비자원 발표 이후 포털사이트에 '백수오'가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온라인에서 큰 이슈가 됐다. 심지어 하루가 지난 23일에도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지키고 있을 정도로 뜨거웠다. 그만큼 백수오를 애용했던 소비자들도 많았고, 소비자원의 시중 유통 백수오 제품의 90%가 가짜라는 내용, 그 차제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백수오의 가짜로 알려진 이엽우피소가 실제로는 백수오 약효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간독성, 신경쇠약, 체중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8년부터 식품의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는 금지 식물로 지정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선 그동안 건강을 위해 먹었던 백수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친 꼴이 된 셈이다. 소비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소비자원이 이엽우피소를 사용한 곳으로 내츄럴엔도텍을 지목했다는 것이다. 내츄럴엔도텍은 백수오 특허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곳으로, 국내 대형 식품업체와 제약사에 백수오 원료를 납품하고 해외 수출을 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는 바이오분야 대장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원의 발표 이후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당연히 하한가를 기록하며 뚝 떨어졌다. 이는 최근 상승 분위기인 코스닥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백수오와 딱히 관련이 없는 바이오주식들도 동반 하락하는 현상까지 벌어져, 코스닥지수 자체가 흔들렸다. 지난 22일 코스닥지수는 개장 후 720선을 돌파했으나 소비자원 발표 이후 갑자기 675.95까지 5% 넘게 폭락했다. 이후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전날보다 11.18포인트(1.56%) 떨어진 703.34로 장을 마쳤다. 백수오 이슈는 다음날까지 계속되면서 코스닥지수는 23일 결국 700선을 못 지키고 692.48로 내려앉았다. 며칠전 코스닥지수가 7년 만에 700선을 돌파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는데, '백수오' 직격탄을 맞고 700선마저 무너진 셈이다.
▶소비자원과 내츄럴엔도텍, 사활 건 '치킨게임' 본격화
백수오를 둘러 싼 소비자원과 내츄럴엔도텍의 공방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22일 소비자원의 발표 직후 네츄럴엔도텍은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해 "소비자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내츄럴엔도텍은 "감독기관인 식약처의 공인된 검사 방법을 무시한 소비자원의 조사 과정과 방법을 신뢰할 수 없다. 소비자원이 검사 데이터 공개와 객관적 검증을 거부하고 있다. 조사 결과 발표 이전에도 잘못된 정보를 유관 업체에 흘렸다"며 "내츄럴엔도텍은 100% 순수 백수오 생약만 사용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과 이번 조사를 담당했던 소비자안전국 식의약안전팀 하모 팀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 업무상 영업방해로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민간 기업이 공공기관인 소비자원을 상대로 이 정도로 강력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다.
소비자원 역시 23일 바로 내츄럴엔도텍의 주장에 대해 반박자료를 내며 "내츄럴엔도텍의 이천공장에 보관 중인 가공 전(前) 백수오 원료(원물)를 수거해 시험 검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이 사실을 통보한 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음에도 자발적 회수·폐기를 거부하고 있다. 해당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원료와 바꿔치기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22일 검찰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내츄럴엔도텍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고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내츄럴엔도텍의 주장을 일축했다.
내츄럴엔도텍도 소비자원의 발표가 있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김재수 대표 명의의 반박자료를 다시 내놨다. 김 대표는 "소비자원의 하 팀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내츄럴엔도텍을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문과 확신을 갖게 됐다. 그 저의를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틀 사이에 소비자원과 내츄럴엔도텍의 싸움은 점입가경이 됐다.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고 워낙 팽팽해, 당장 소비자들은 백수오와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알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소비자원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내츄럴엔도텍 역시 민·형사 소송을 냈다. 법정 공방을 예고한 상태다.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을 관할하는 식약처는 백수오 논란이 커지자, 22일 내츄럴엔도텍에 대해 재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소비자원과 내츄럴엔도텍 사이의 자존심과 사활을 건 싸움의 승패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의 조사는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원의 무리한 조사와 발표였는지, 내츄럴엔도텍의 비양심적인 경영이었는지, 그 결과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식약처는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제품은 잠정 유통·판매 중단하고 해당 제품을 수거·검사해 이엽우피소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제품은 행정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