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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리콜법 허점에 소비자 분통…한국지엠은 몰랐을까?

기사입력| 2015-02-04 10:18:43
경기도 분당에 사는 홍모씨(33)가 한국지엠의 '무성의한' 리콜 정책에 대해 꼬집었다. 홍씨는 리콜 발표 1년 이전에 차량을 수리했다는 이유로 한국지엠이 보상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왼쪽은 홍씨가 한국지엠으로부터 받은 리콜 안내문, 오른쪽은 홍씨가 한국지엠정비센터에서 받은 수리내역서.
자동차 운행 중 브레이크에 이상을 느낀 소비자가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점검을 요청했으나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 소비자는 결국 운행 중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를 냈다. 실제로 브레이크 계통에 이상이 있었던 것. 결국 자비를 들여 이를 수리했다. 그런데 이 소비자는 3년이 흐른 뒤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제조사가 같은 증상으로 리콜을 한 것. 이 소비자를 더 황당하게 한 것은 자비를 들여 수리한 경우 이 제조사가 1년 내의 것만 보상해주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 제조사는 바로 한국지엠이다.

▶리콜 발표 1년 내만 보상? 한국지엠 "법대로…"

지난 2009년 한국지엠의 라세티 프리미어(현 크루즈) 모델을 구입한 홍모씨(33)는 최근 리콜과 관련해 겪은 답답한 일을 스포츠조선이 운영하는 소비자인사이트(www.consumer-insight.co.kr)에 알려왔다.

홍씨는 "지난 2012년 4월 가족들을 태우고 운행을 하다가 정지신호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차량은 정지하지 않고 신호등을 약 50m 지나치면서 도로 옆 가드레일과 부딪혔다"고 주장했다.

간신히 차량을 끌고 정비소로 향한 홍씨는 정비사로부터 "브레이크 호스가 터졌다"는 말을 들었다. 브레이크 호스는 브레이크에 제동할 힘을 전달하는 보조 장치다.

정비사로부터 말을 들은 홍씨는 황당했다. 사고가 있기 불과 한 달 전 브레이크 이상을 느낀 홍씨가 한국지엠 서비스센터에 검사를 요청했지만, 당시 정비소측은 "이상이 없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고객센터에 브레이크 관련 불만접수를 한 홍씨는 한국지엠으로부터 '운전습관의 잘못'이라는 식의 답변만 들었다.

결국 홍씨는 자비 17만원을 들여 브레이크 호스를 교환 수리했다.

그로부터 약 3년 후인 올해 1월 홍씨는 한국지엠의 고객 안내문을 받았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한국지엠의 리콜에 관한 사항이었다. 국토부는 지난달 한국지엠이 브레이크호스 제작결함 때문에 크루즈, 라세티프리미어, 올란도 등 3개 차종 약 10만대를 5월부터 시정조치(리콜)한다고 전했다.

내용을 보면 한국지엠은 '2008년 10월 13일부터 2011년 5월 24일까지 생산한 라세티 프리미어(현 크루즈) 등 차량의 전륜 브레이크 호스가 누유될 가능성이 있는 제작결함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명돼 이를 시정하고자 잠재적 문제를 가진 차량 소유자께 안내한다'며 '전륜 브레이크 호스가 누유될 경우 잠재적으로 제동 성능 저하로 인해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4~7년전 생산된 차량에 대해 리콜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리콜 시행전 동일한 사유로 자비로 수리를 받았다면 비용 환불과 관련된 절차도 안내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앞서 자비로 브레이크 호스를 수리한 홍씨는 즉시 한국지엠 고객센터로 환불 요청을 위해 문의했다.

하지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홍씨에 따르면 전화통화를 한 상담원은 '동일한 사유로 발생한 자비수리에 대해선 리콜 발표 전 1년 내에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했다.

즉, 2014년 1월 이전 자비로 수리한 차량에 대해서는 환불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홍씨가 이유에 대해 묻자 한국지엠 측은 "관련법에 따른 것"이라는 짤막한 답변을 보내왔다.

이에 본지는 한국지엠이 말한 관련법을 들여다봤다. 자동차관리법 31조 2의 2항(자체 시정한 자동차 소유자에 대한 보상)은 수리비 보상 대상을 '자동차 제작자 등이나 부품 제작자 등이 결함 사실을 공개하기 전 1년 이내에 그 결함을 시정한 자동차 소유자'로 명시했다.

한국지엠이 주장하는 "법대로…"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보상체계를 벗어난 요청이라 방법이 없다"며 "법에 의거해 리콜을 시행하고 보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법의 사각지대, 알고 보니 당국의 탁상행정?

이를 두고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이를 업체가 교묘히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31조 2의 2항은 지난 2009년 개정됐다. 법 개정을 할 때도 서비스 보상 범위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똑같은 리콜대상 차량이지만, 수리를 좀 더 일찍 받았다는 이유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소급적용을 할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는 논리로 '1년 조항'을 내세웠다. 하지만 1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근거는 부족해 보인다.

국토교통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 등 외국의 리콜 조항을 한국에 들여오면서 '1년 조항'도 같이 도입됐다"며 "이에 대한 불만의 내용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보상 기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어 외부 전문 용역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법 개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각에서는 한국지엠 뿐 아니라 자동차제조사들이 이 같은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제조사가 리콜을 최대한 지연하면 그만큼 보상 범위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 '늑장 리콜 뒤 신형 모델 출시때 슬쩍 부품을 바꿔 내놓는 꼼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올 1월 한 달 동안 내수 총 5만1585대를 판매해 2003년 이후 1월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지엠이 '소극적인' 리콜 정책을 고수한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똑똑한 요즘 소비자들은 차량 구입 때 품질 만큼이나 애프터서비스(AS)도 꼼꼼히 따지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의 모기업인 미국지엠이 지난해 '늑장 리콜' 때문에 겪은 위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지엠은 지난해 2월 자동차 점화장치 결함으로 엔진이 꺼지거나 에어백 작동 이상이 생기는 등 치명적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며 '쉐보레 코발트'와 '폰티액 G5s' 등 160만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미국지엠이 이런 결함을 파악하고서도 13명이 사망할 때까지 10년간 쉬쉬해왔다는 의혹이 일었고, 결국 메리 배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기까지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리콜 정책과 '모르쇠'식 태도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 지 보여주는 교훈이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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