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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어린이집 평가인증, "돈으로 사는 불신 인증패?"

기사입력| 2015-01-19 09:14:08
최근 아동 학대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천의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의 평가에서 높은 인증 점수를 받았다. 사진캡처=한국보육진흥원
보건복지부 인증 '안전하고 평화로운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벌어졌다. 네 살배기 어린이를 폭행한 사건으로 엄마들을 경악시킨 인천 연수구의 어린이집은 지난해 95.36점의 높은 점수로 평가인증을 획득했다. 인증 기준은 100점 만점에 75점 이상이다. 현장 관찰 또한 지난해 6월에 이뤄졌다. 문제가 된 교사가 근무하던 시기다. 이 뿐 아니다. 한 달 전 보육교사가 어린이를 바닥에 수차례 패대기치는 장면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인천의 또 다른 어린이집도 이 평가인증패를 달고 운영 중이었다. 이곳 역시 94.33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보건복지부의 이 인증제는 효과적인 어린이집 질 관리 시스템을 통해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을 꾀한다는 취지로 시작됐으나, 이제 엄마들의 불신만 키우는 제도가 되고 말았다.

▶45만원 내면 받는 보건복지부 평가인증패? 엄마들은 불안하다

보건복지부 등의 설명에 따르면, 어린이집 평가인증은 영유아에게 안전한 보호와 질 높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평가인증지표를 기준으로 어린이집의 현재 수준을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한 후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기관에 대해 '국가가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은 한국보육진흥원이 이를 수행하고 있다.

2006년부터 운영 중인 평가인증제는 보육환경, 운영과정, 보육과정 등 여러 영역에서 평가가 이뤄지며, 유효기간은 3년이다. 2013년 기준으로 전국 4만3591개 어린이집 중 3만955개가 인증을 받았고, 평균 인증점수는 92.94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평가인증에 쓸 예산으로 전년(86억원) 대비 14%(12억원) 늘어난 98억원을 책정했다.

이 인증 마크를 받기 위해서 신청 어린이집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100인 이상(45만원), 40인 이상(30만원), 39인 이하(25만원)가 책정됐다. 만만치 않은 수준이지만, 어린이집들이 이 문패를 욕심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홍보 효과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인증을 한 어린이집이라고 하면 부모의 신뢰성이 당연히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엄마들의 믿음과 달리, 신청 어린이집이 평가점수를 높게 따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1차 서류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현장 교사들은 보육보다 관련 작업에 매달리곤 한다. 영유아 권익 단체인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지난해 어린이집 교사 817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은 평가인증에 대비해 평균 4.82개월을 매달리고 있다. 관련 준비는 현장 평가자가 도착하기 한 달 전부터 극에 달하며, 평가 항목의 52.7%가 인증이 끝난 후 기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관찰 제도에도 허점이 보인다. 현재 현장관찰자 220여 명(비상근 계약직)이 2인1조를 이뤄 전국 4만4000여 곳에 달하는 어린이집을 점검하고 있으며, 방문 시기 또한 사전에 알려준다. 두 명의 관찰자가 사전 통보된 2주간의 기간 중에 1일 방문 관찰을 한다. "견학 등 야외 활동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국보육진흥원은 설명했으나, 악용될 소지가 다분해보인다. 해당 어린이집은 3년 동안 딱 2주만 바짝 조심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보육진흥원의 조용남 평가인증 국장은 "이번 (연수구 어린이집) 사건은 굉장히 놀랍고 안타깝다"며 "예산상의 문제로 두 명의 관찰자들이 배치되는데, 하루 종일 최선을 다한다지만 면밀한 관찰엔 어려움이 있다. 또한 현장 조사 이후 동일한 수준을 3년간 유지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균 점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대해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평가 지표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올 하반기엔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가 항목 추가하면 아동학대 막을 수 있다? 탁상공론의 보건복지부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고 있는 부모님의 불안을 증가시킨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안은 '원스트라이크아웃(One strike out)'을 담고 있다. 한 번만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폐쇄가 가능하고, 학대 교사와 원장은 영구히 어린이집을 운영하거나 근무할 수 없다. 더불어 평가인증제 등에 부모 참여를 확대하고, 평가 항목에도 아동학대 예방 등 지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 또한 밝혔다.

하지만 이 대책은 2010년 이미 추진했던 내용이다. 당시 인천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어린이들을 마구 때리는 CCTV 화면이 공개되면서 여론이 들끓자,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자 어린이집에 발 못 붙여'라는 제목으로 "어린이집 영유아에 대한 폭언 폭행 등 일체의 아동학대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위반 시 영구 퇴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평가인증제 개선 방침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현장 관찰이 이뤄지는 시기를 사전 통보해주는 등 현행 인증제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평가 항목에 아동학대 예방 관련 지표를 강화한다고 해서 과연 현장이 달라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이 터진 뒤 나흘 만에 발표한 졸속 대책(안)이기에 구체적인 실행안도 현재는 없다. "관찰자가 하루 동안 학대 여부를 살펴본다고 아동학대가 근절되겠냐"는 질문에 보건복지부 이은자 사무관은 "세부 평가 항목이나 방식은 이후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10월 의무인증제가 되면 수수료는 폐지되고, 정부가 전체 예산을 책임지게 된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이 제도에 더 많은 정부 돈이 투입될 전망이다.

연수구 어린이집 폭행사건 이후 분노의 글로 도배되고 있는 각종 육아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이제 절대 믿으면 안 되겠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어린이집의 실상을 정확히 관찰하고 지도하려면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과 숙련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지금의 개선책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에서 나온 정책" "아동학대가 이뤄지는 어린이집에 인증 간판을 준 이 평가제는 이미 회생불능, 실패한 제도다. 차라리 없애고 국공립 어린이시설을 하나라도 늘리는데 국민 혈세를 써라"는 등의 목소리 또한 높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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