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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불안하든말든, 식약처 여유만만(?)

기사입력| 2014-11-13 15:09:25
'파라벤 치약으로 이를 닦고, 중금속 납이 들어간 분유를 먹고, 간식은 독성의 비소 과자?'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유해성분 뉴스에 엄마들은 불안하다. 내 아이를 위해 고심 끝에 고른 제품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한다.

그런데 이 유해성분 이슈는 요란한 등장과 달리 흐지부지 사라져버리기 일쑤다. 전문가들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중되지만, 정작 주무부서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예 뒷짐만 지고 있거나, 대응하더라도 늑장을 부리는 모양새일 때가 많다. 정승 식약처장은 "식약처는 안전한 사회와 국민의 행복을 위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브랜드 부처다. 식품과 의약품 안전의 컨트롤 타워라는 자부와 긍지를 가지고 시대적 소명을 감당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취임사에서 강조했지만, 소비자들의 만족지수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식약처 '늑장'과 '뒷북'…급할 거 없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을 후끈 달군 파라벤 치약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국감장에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파라벤 함유 치약의 유해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발암 치약'이란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지수를 한껏 올렸다.

좀처럼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정작 정 처장은 보존제 재평가 계획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그 재평가 시기가 소비자 입장에선 기가 막힌다. "내년에 보존제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성을 재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힌 정 처장은 유아용 구강티슈와 비교해서도 어린이용 치약 등이 지나치게 함유량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연령별로 보존제 함량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와중에 해프닝까지 터져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2050개의 치약 중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은 1302개(63.5%),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치약은 63개(3.1%)다. 그런데 부랴부랴 해명에 나선 식약처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서 그 중 2개 품목에 대해 파라벤 함량를 잘못 기재했다. 이에 결과적으로 일부 언론에서 파라벤 기준을 초과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에 자료를 잘못 제출한 것과 관련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 죄송하다"며 "담당 국장을 우선 경고하고 자료 제출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내부 징계는 그리 신속하게 하면서 왜 유해성분 이슈에 대해서는 해를 넘기냐"며 "특히 영유아에 대한 제품일수록 유해성분 이슈에 대해 적극적이고 으로 대처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식약처의 늑장 대처 사례를 찾아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영유아 조제식의 남 기준치에 대한 논란이 그것이다. 발단은 무려 2009년으로 올라간다. 식약처가 2009~2011년 실시한 '국민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500대 식품 유해물질검사'에 따르면 남양유업 등 대형 분유업체의 분유와 이유식에서 최대 0.2ppm(분말기준)까지 납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연합(EU)과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정한 영·유아 조제식의 납 안전기준치(0.02ppm·액상기준)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물론 액상과 불만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역시 영유아를 둔 엄마 입장에선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식약처는 2012년에야 '영유아식 중 중금속 안전성 평가' 연구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기준치를 정했고, 지난해 7월 납 안전기준치를 0.01ppm(액상기준)으로 하기로 행정예고해 지난해 12월 31일 고시했다. 2009년 연구가 처음 시작됐을 당시 태어난 아이가 이미 해당 분유를 먹을 만큼 다 먹고도, 학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야 기준치가 마련된 것이다.

▶납 성분 검출된 후 2년 지나 안전기준 마련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식약처의 문제점을 제기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현숙 의원(새누리당)은 "영유아들이 매일같이 먹어야 하는 분유나 이유식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는데 2년이 지나서야 안전기준을 행정예고한 것은 업무태만"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식약처 측은 "이번에 확인된 납 농도는 분말상태에서 측정된 반면 EU나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국제적 기준치와 식약처가 행정예고한 기준치는 액상기준"이라고 해명했으나, 정작 행정예고문을 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행정예고문 중 '유아 식품의 중금속 기준 신설'과 관련해 식약처는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 혈중 납 농도와 지능지수 감소간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보고되고 있어 특히, 중금속 등 독성에 대해 민감한 영유아를 대상으로 영유아 식품에 중금속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위험한 성분인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최근 아기과자에서 발암물질인 무기비소가 다량 검출됐지만 정부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0월 국감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희 의원(통합진보당)은 "과자에서 무기비소가 검출됐지만 해조류 기준과 비교해 정부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소는 무기비소와 유기비소로 구성돼 있고 그 중 무기비소가 독성이 크고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업계 전문가들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과 늑장행정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영유아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선 식약처의 보다 신속하고 과학적인 대응이 아쉽다는 것. "무조건 괜찮다, 안전하다는 말로 소비자 불안이 달래지겠느냐, 공개적인 전문가 토론회나, 국민이 참여한 검증법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고심해야할 때"라는 소비자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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