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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 직원 760억 횡령에 곤혹, 늑장 공시도 비난
기사입력| 2014-09-02 09:08:18
최근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가 10년 전 발생했던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한국공항 직원이 회삿돈 76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게다가 이로 인해 한국공항은 세무당국으로 부터 수백억대의 추징금까지 부과 받았다.
또한 이 같은 사실을 2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한밤중 '기습 공시'하면서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퇴직 직원의 수백억대 횡령에 곤혹
한국공항의 자금담당 직원 정모씨가 지난 2004~2005년 회사 몰래 계열사 한진해운홀딩스 주식을 무단 인출해 회사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정씨는 이 기간 동안 해당 주식을 개인 증권계좌에 넣은 후 지속적으로 거래하고 차익을 실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2005년 10월 퇴사 직전에 다시 한진해운의 주식을 매수해 회사에 입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공항 측은 이 같은 사실을 근래 들어 자체 조사 과정에서 적발해 정씨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올해 초 검찰에 고소했다.
공시에 따르면 정씨의 횡령 금액은 759억5600여만원이며, 한국공항 자기자본비율의 31.17%에 달한다.
문제는 직원 한 명이 1년여 동안 거액을 횡령한 사실을 한국공항측이 10년이나 지나 뒤늦게 파악했다는 점이다. 결국 내부 감사가 허술했다는 반증이다.
한국공항측은 정씨가 퇴사 직전 해당 주식을 전량 회사에 돌려놨기 때문에 횡령사건이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세무당국은 정씨의 횡령을 개인 범죄행위가 아닌 회사 차원의 주식 거래로 판단했다.
강서세무서와 부천세무서는 한국공항이 정씨에게 한진해운 주식을 명의신탁해 거래함으로써 발생한 주식 거래 차익이 회사에 귀속됐다고 보고 법인세 270억여원과 증여세 180억여원 등 총 450억여원을 부과했다. 이는 한국공항 자기자본비율의 18.29%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공항측은 자금담당 직원에게 계열사 주식을 명의신탁해 거래하게 한 사실이 없고 당사나 당사 대표이사가 그 거래 차익을 취득한 사실도 없다며 지난 7월 조세심판원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한국공항 관계자는 "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죄로 피소된 정씨가 유죄 판결로 확정되면 이번 세무당국의 제재조치도 철회되거나 행정심판에서 취소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또한 "사내 회계 내부통제 관리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모든 회계정보의 공정성 및 투명성 확보에 만전의 노력을 다하는 등 철저한 관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요일 밤 '올빼미 공시'를 한 까닭은
한국공항의 늑장 공시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직원 횡령 사건은 지난 4월 검찰에 기소됐는데도 무려 2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한국공항 측이 공시했기 때문이다. 상장사는 자기자본 5% 이상의 횡령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공시를 해야 한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 6월 13일 한국공항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내렸고, 한국공항 주식은 지난 7월 7일 하루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공항의 이른바 '올빼미 공시'도 빈축을 샀다.
통상 올빼미 공시는 주식 시장에서 주식거래가 모두 끝나고 난 뒤 늦은 시간에 중요한 내용을 은근슬쩍 공시하는 것을 비유한다.
즉,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성 공시를 투자자의 관심이 적은 시간대를 골라 공시하는 수법이다.
한국공항은 지난 6월 13일 공시 접수 마감시간인 오후 6시가 한참지난 밤 9시35분과 36분 각각 '벌금 등의 부과'와 '횡령·배임 발생'이라는 제목의 공시를 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의 이목이 떨어지는 시간대인 금요일 밤에 공시해 사건을 쉬쉬하려던 게 아닌가하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국공항 관계자는 "회사의 재산상에 변동사항이 없어 공시를 안했다가 거래소의 지시로 뒤늦게 올린 것"이라며 은폐 의혹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국공항은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본 한국공항은 한진그룹 계열사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 또한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한국공항의 주요사업은 항공기 유도 및 견인, 화물과 승객 수하물 상·하역, 항공기 내·외부청소, 지상장비 지원 등 항공운수보조 등으로 국내 15개 공항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이밖에 석회석 광산, 생수·농축산 등 제품판매 사업과 세탁, 렌탈, 박물관 등 부대사업 등을 하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